봄날이효석

온라인 효석백일장

이효석 선생의 작품세계로 함께 떠나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공지 2020(전반기) 온라인 효석백일장 최우수작
  • 관리자
  • 2020-07-07
관리자 2020-07-07

뱅뱅 돌려

 

남편이 씩씩대며 들어선다.

호박이 없어졌어” “에엥순간 나도 어이가 없다. 서울을 떠나 금그어 땅따먹기 하듯 손바닥 만한 땅에 소꿉놀이하듯 텃밭을 시작했다. 호박 두 포기 가지 대여섯, 고추 오이를 심어 날마다 풀 뽑고 물주고 들여다보며 푸성귀를 자급자족하는 재미에 빠져있는 중이다. 처음 심어본 늙은 호박이 세 통이나 열려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먼저 열어 제일 큰 것을 오늘 딸까 내일이 좋을까 D 데이를 꼽고 있던 참이었다. 어제도 늠름하게 있던 것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얼마 전 곰배령을 다녀온 친구들에게 세 통이나 되니 하나 주겠노라 허풍을 떨었다. 그깟 늙은 호박 몇 푼이나 될까마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애지중지 날마다 눈 맞추며 난생처음 심어본 호박이 보란 듯 내민 배불뚝이 앉았던 자리가 휑하다. 예리하게 잘려나간 자리가 내 손가락을 베인 듯 애리다.

 

보리밥은 쉬이 꺼져 허출해진 여름 방학 달빛이 마당 가득 쏟아지는 밤이었다. 동네 바로 옆에 참외밭이 있었다. 손발이 잰 친구들이 참외를 따다 먹자고 했다. 겁도 많고 뜀박질은 젬병이라 꽁무니를 빼는 나를 떠밀어 원두막 반대편으로 숨어 들었다. 심장은 벌렁거리고 손이 덜덜 떨려 참외 하나를 잡고 아무리 당겨도 꿈적도 하지 않았다. 돌아보니 친구는 치마폭에 참외를 싸안고 그만 가자 재촉이다.

나는 아직 못 땄는데 ” “ 바보야 뱅뱅 돌려 시키는 대로 막 돌려 보려는 순간 원두막에서

야 이놈들아고함이 들려왔다. 참외는 따지도 못한 채 무작정 뛰었다. 잡히면 참외밭 주인이 아니라 아버지한테 혼날 일이 더 걱정이었다. 밭 둔덕 뒤편 야트막한 동산을 단숨에 넘었다. 큰댁으로 가는 마을 어귀가 보여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친구들은 각자 어디로 흩어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참외밭 주인은 더 쫓아오지 않았다. 얼결에 산 하나를 가뿐히 넘어왔으나 집에를 가려면 공동묘지를 지나야 했다. 큰댁에 심부름으로 자주 오간 길이나 낮에도 혼자는 내키지 않아 발걸음이 빨라지는 길이다. 달빛 아래 흔들리는 나무는 웅크린 짐승의 형상으로 묘지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머리끝이 쭈뼛하니 등골이 서늘했다. 불빛 보이는 할머니 계신 큰댁으로 갈까 생각해 보았다. 한밤중 뜬금없는 출현을 무엇이라 설명할 것인가. 서리하다 도망왔노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집으로 갈 밖에. 쫓길 때는 몰랐으나 벌레도 잠들어 적막한 밤 내 발작 소리가 더 무서웠다. 앞만 보고 숨도 못 쉬며 고개를 넘었다. 조금만 더 가면 마을로 이어진 신작로이고 드문드문 불빛이 보여 살았다 싶으니 다리가 풀려 주저 앉았다.

 

살금살금 집으로 들어갔다. 딸자식 밤마실을 못 마땅해하는 아버지는 사랑에서 코를 골고 계셨다. 마루에서 뒤척이던 엄마는

지지배가 밤중에 어디를 쏘다니다 오는겨

핀잔이었으나 덤불에 긁혀 피가 맺힌 종아리와 땀에 젖은 내 몰골은 흔들리는 호롱불 아래에 잠겨 들었다.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엄마는 외진 참외밭 원두막 지기로 보낸 동생을 데려오라며 나를 떠밀었다. 물이 불어나면 개울을 건널 수가 없다. 세찬 바람과 쏟아지는 빗줄기에 비닐우산은 무용지물이었다. 아직은 징검다리가 돌아치는 물살 위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울고 있을 거라는 엄마의 예상과 달리 동생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동생을 깨워 빗길을 나섰다. 그사이 물이 불어 돌다리는 자취를 감췄고 소용돌이 치는 흙탕물은 건널 상황이 아니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우리를 보고 물꼬를 보러 나온 이웃집 아저씨가 하나씩 업고 개울을 건너 주셨다.

 

남은 두덩이 호박이 무사한지 호박 넝쿨부터 살펴본다. 서리가 내려 넝쿨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두어야 한다던데 또 손을 탈까 싶어 조바심하다 호박을 따왔다. 이 두 덩이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고향에 밭 한 두렁을 주말농장 삼아 가꾸고 있는 친구다. 남이 애써 가꾸어 놓은 것을 어찌 그리할 수 있느냐 열변을 토했더니 한참을 깔깔댄다.

그래 그 심정 내가 알지, 날마다 눈 맞춤한 것의 소중함 해본 사람만 아는 것을

그러면서 고지를 만들어 두었다가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견과류와, , 찹쌀가루를 섞어 찌면 근사한 떡이 되니 말려 두란다.

 

호박고지를 만들었다. 난생처음 해보니 단단한 껍질을 벗기고 일정한 두께로 자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빨랫줄에 주렁주렁 걸어 말리던 것을 보기만 했지, 사과 깎듯이 길게 켜는 일이 만만치 않아 얇게 썰기로 대신했다. 습을 거둔 쨍한 햇살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호박고지를 보며 픽 웃음이 나왔다. 늙은 호박 하나에 발끈했던 속 좁음에 스스로 얼굴이 뜨끔하니 민망하다. 살다 보면 잃어버리는 것이 어디 한 둘이던가. 승자만 보이는 세상을 쫓아 허둥대느라 머리 풀리고 가슴도 풀리고 허방 짚은 다리마저 풀려 주저앉은 수많은 날 들.

 

이상과 현실의 모호함으로 제자리를 맴도는 시계바늘 끝 푸르던 꿈은 녹이 슬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허공을 가르던 손바닥이 빈 채로 둘만 남은 둥지가 허전하지만 오붓하니 편하기도 하니, 나를 안고 가는 세월에 쉬어갈 정거장 하나쯤 덤으로 내어줘도 좋을 것을. 성근 머리에 허연 화관을 쓰고도 사슴뿔 같은 날을 세우고 달팽이 더듬이 같은 거추장스런 자존심을 받치고 있느라 허걱댄다.

 

이삭을 품은 벼들이 바람결에 일렁인다. 저수지도 살랑이며 뒤친다. 물비늘은 부드럽게 간질이다 은밀히 속삭여 줄 것이다. 새들이 날고 벼 이삭은 영글며 나팔꽃 진 자리에 씨앗 하나 숨어드니 나는 오늘도 살아 있음이다. 풀린 다리로 흔들리는 세상에 잠시 서 있노라면 삶도 사랑도 삐걱이며 기우뚱대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리 간단한 세상 이치를 이제야 알았느냐 늦달린 개 복상 하나가 비웃듯이 쳐다본다. 내년엔 호박을 넉넉히 심어야 할까 보다.

 

28 2021년 온라인 효석백일장 수상자 발표(초, 중, 고, 일반부)(시, 산문)
  • 관리자
  • 2021-10-07
관리자 2021-10-07

2021년 온라인 효석백일장 수상자 발표

 

등 위

이 름

부문

주 소

연락처

최우수

최율

평창군 봉평면 기풍8(봉평초등학교)

010-0000-0685

우수

장성민

평창군 봉평면 기풍8(봉평초등학교)

010-0000-0685

우수

조민환

평창군 봉평면 기풍8(봉평초등학교)

010-0000-0685

장려

김지아

평창군 봉평면 기풍8(봉평초등학교)

010-0000-0685

장려

신경아

평창군 봉평면 기풍8(봉평초등학교)

010-0000-0685

장려

박수현

평창군 봉평면 기풍8(봉평초등학교)

010-0000-0685

장려

정민영

평창군 봉평면 기풍8(봉평초등학교)

010-0000-0685

장려

최동현

평창군 봉평면 기풍8(봉평초등학교)

010-0000-0685

장려

이지유

평창군 봉평면 기풍8(봉평초등학교)

010-0000-0685

장려

정은재

평창군 봉평면 기풍8(봉평초등학교)

010-0000-0685

장려

안예주

평창군 봉평면 기풍8(봉평초등학교)

010-0000-0685

장려

우지윤

평창군 봉평면 기풍8(봉평초등학교)

010-0000-0685

장려

김정애

평창군 봉평면 기풍8(봉평초등학교)

010-0000-0685

우수

김지우

강릉시 노암등길 39 강릉 경포중 1-4

010-0000-0685

우수

변나영

강릉시 노암등길 39 강릉 하슬라중 1-4

010-0000-0685

장려

김소현

강릉시 노암등길 39 강릉 동명중 3-5

010-0000-0685

장려

최시우

강릉시 노암등길 39 강릉 관동중 1-5

010-0000-0685

장려

이서진

강릉시 노암등길 39 강릉 관동중 2

010-0000-0685

장려

이윤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로 26-11

010-0000-6883

장려

강도윤

강원도 영월군 북면 밤재로 990-4

010-8436-0600

최우수

김완수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백동3

010-0000-9074

우수

이종근

서울시 관악구 난곡로 63

010-0000-6150

장려

이화연

충북 진천군 진천읍 상산로

010-0000-0861

장려

김재선

충북 진천군 진천읍 포석길

010-0000-6829

최우수

박서은

첨부파일 참고하세요.
27 2020(전반기) 온라인 효석백일장 심사평
  • 관리자
  • 2020-07-07
관리자 2020-07-07

2020 온라인 효석백일장 심사평(상반기)

 

우선 예상보다 많은 응모작에 놀랐다. 특히 마감일에 접수된 작품이 80여 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온라인 공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코로나-19라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더 효용성을 갖는다는 생각이 들어 개운하지는 못했다.

작품을 읽으면서 심사위원의 고민은 커졌다. 다들 알다시피 시와 산문을 어떤 기준을 평가할지, 산문 중 허구적 이야기와 현실적 이야기를 같이 평가할 것인지, 연령을 감안할 것인지 등. 일정한 원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우선 시와 산문을 분리하여 평가한 후 마지막에 등위를 정한다. 산문 중 소설콩트와 현실 이야기는 분리하여 평가하되 마지막에 비교하여 등위를 정한다. 입상작으로 선정할 수준이지만 수상 인원의 제약으로 등외가 되는 경우는 가작으로 한다. 전년도 입상한 응모자는 수상에서 제외하되, 작품의 수준이 높을 경우 특선으로 한다.’라는 원칙을 정한 후 작품을 읽어 입상작을 선정하게 되었다.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김광임 씨의 산문은 텃밭을 가꾸면서 호박을 도둑맞은 경험에서 출발하여 삶의 지혜를 감각적인 문장으로 써내려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상과 현실의 모호함으로 제자리를 맴도는 시계바늘 끝 푸르던 꿈은 녹이 슬었다 (중략) 나를 안고 가는 세월에 쉬어갈 정거장 하나쯤 덤으로 내어줘도 좋을 것을.”과 같은 표현에서 오랜 시간 글을 쓰며 정진한 면모가 엿보였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길덕호 씨의 시는 비트를 깎으며 비트의 성장과 자신의 과거를 비춰본 시각이 참신하고 작품 구성이 탄탄했다. 또 임희주 씨의 산문은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바라보는 손자의 시각이 디테일하게 드러난 작품으로 지금은 사라진 적산가옥의 역사적 의미와 할머니의 삶을 적절하게 결합시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외에도 우수한 작품이 많았다. 특히 미스터 너클 볼이라는 단편 소설은 탄탄한 구성과 충분한 자료 조사, 실감나는 표현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전년도에 입상한 응모자로 밝혀져 특선으로 결정되었다. 이 작품 외에도 많은 작품이 우수한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코로나-19로 고등학생 대상 공개 백일장이 취소되어서 그런지 고등학생 응모자가 많았으나 우수한 작품을 발견하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연습용으로 쓴 작품을 다수 만나면서 다들 비슷한 얼개를 가지고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이야기를 억지로 만든 글들이 많았다. 좀더 깊이 생각하고, 재료를 자세하게 알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썼으면 좋았을 글들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꼈다.

글쓰기는 고전적인 행위다. 조금은 미련하게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천재가 아닌 이상 노력에 비례하여 글은 발전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틀을 어떻게 깨느냐가 관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분들이 이 백일장을 통해 자신의 틀을 깨고 새로운 글을 쓸 수 있길 기대한다.

 

심사위원: 김정남(소설가, 문학평론가, 가톨릭관동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극(시인, 사단법인 이효석문학선양회 선양위원장)

 

26 2020년(전반기) 온라인 효석백일장 수상자 발표
  • 관리자
  • 2020-07-07
관리자 2020-07-07

2020년 온라인 효석백일장 수상자 발표


등위

이름

주소

연락처

최우수상

김광임

경기도 시흥시 목감

010-0000-7038

우수상

길덕호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로

010-0000-9182

우수상

임희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010-0000-7218

장려상

이영서

서울시 중랑구 면목본동

010-0000-8304

장려상

서지훈

서울시 양천구 신월로

010-0000-9107

장려상

이필난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010-0000-2137

특선

김완수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백동길

010-0000-9074

특선

김주연

서울시 성북구 종암동

010-0000-4219

가작

홍가영

충청북도 청주시 서원구

010-0000-3274

가작

김진영

서울시 성동구 금호로

010-0000-1264

가작

홍성준

충남 천안시 동남구 고재

010-0000-1264

가작

주동희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010-0000-0927

가작

박지우

서울시 성북구 동사문로

010-0000-2213

가작

김태경

경남 김해시 호계로

010-0000-7615

가작

장미자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장로

010-0000-6387

가작

김인영

충남 아산시 탕정면

010-0000-7372

가작

정재민

부산광역시 연제구 종합운동장로

010-0000-3986

가작

강예나

인다5

010-0000-7218

가작

오명희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010-0000-1007

가작

박필선

미기재

010-0000-0052

25 2020년 온라인 효석백일장 요강 (전반기 마감)
  • 관리자
  • 2020-03-31
관리자 2020-03-31

2020년 온라인 효석백일장 요강


가산 이효석 선생님의 고귀한 문학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이효석문학선양회에서는 온라인 효석백일장을 열어 많은 분들과 문학의 아름다움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1. 응모 부문

- 시부문, 산문부문(나이, 학력 상관없이 접수함)


2. 응모 기간

- 상반기 : 4월1일 ~ 6월30일

- 하반기 :9월 1일~10월30일  (온라인백일장하반기는  2020온라인전국효석백일장으로 통합변경되었습니다. 공지사항을 참고해 주세요)


3. 응모 방법 (참가신청서 내려받기: 효석문화제 홈페이지-첨부파일 다운로드)

- 이메일로 접수하기: 이메일 주소(bomnal2323@hanmail.net)로 보내기


4. 시상내역(부문 상관없이 시상함.)

- 최우수(1): 상품 20만원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 우수 (2): 상품 10만원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 장려 (3): 상품 5만원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5. 문의: ()이효석문학선양회(335-2323)


6. 심사위원: 시부문과 산문부문으로 나누어 본회 임원, 외부 문인 위촉하여 심사


7. 시상

입상자 발표 :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재

     - 상반기 :7월 10일, 하반기 :12월 10일

시상 방법: 시상한 분의 주소지로 상장과 상품 우송


8. 기타사항

- 작품 응모 시 나이, 성명, 주소, 연락처를 꼭 기재하시기 바랍니다.

   (차후 심사 및 시상에 꼭 필요합니다.)

- 제출하신 작품이 표절이나 대필로 밝혀질 경우 입상을 취소합니다.

응모한 작품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 입상작은 차후 효석백일장 수상 작품집에 수록할 수 있습니다.


()이효석문학선양회


24 2019년 (후반기) 온라인효석백일장 최우수작
  • 관리자
  • 2019-12-31
관리자 2019-12-31

[아름다운 건망증, 목련]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다. 뭘 가지러 왔을까 잠시 숨을 고른다.

 '열쇠를 챙기려고 왔지.'

  혼잣말로 궁시렁댄다. 도대체 뭘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 셀 수 없이 많다는 몸안의 세포는 차츰차츰 나이가 들면서 죽어 간다는 연구 결과를 접한 적이 있다. 내 정신을 감싸고 있는 기억력도 시나브로 나를 떠나버린 것 같다. 자꾸만 잃어버리는 기억력은 목련꽃과 같아서 소통이라는 잎이 피기 전에 기억이라는 꽃을 먼저 피운 후 속절없이 진다.

잊고 사는 것. 그것은 잃는다는 것하고 어떤 차이가 나는 것일까.

  내일 아침 가지고 갈 자그마한 물건은 잠들기 전에 아예 신발장 위에 놓아둔다. 다음날 물건을 챙기지 않고 그냥 나간다. 이번에는 극약 처방하듯 신발 속에 넣어두기도 한다. 밤새 신발 속 걸음에 익숙해진 물건은 외출을 예감하고 기다리고 있어 잊어버리지 않는다. 손에 든 물건도 두 개 이상이면 돌아올 때는 거의 한 손은 빈손이다. 그래서 내 가방은 언제나 큼지막하다. 중증의 건망증일까. 치매 초기일까. 덜컥 겁이 난다. 목련나무도 제 몸에서 피어나던 목련꽃이 어느 날 갑자기 질 때 서럽고 무서워 겁이 났을 것이다. 내 자신에게 정신 차리라고 다독여 본다.

  어릴 적 할머니는 자주 칭찬을 해주었다.

  "너는 총이 어찌 그리도 맑고 영리하냐!"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면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를 잘 해주는 손녀딸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였다. 지금은 책을 봐도 영화를 봐도 이야기를 들어도 말랑말랑한 살은 다 잊어 먹고 뼈만 간추린다. 정말 병일까? 이런 내게도 잊지 않고 봄만 되면 삐죽이 고개 내밀며 웃음 짓게 하는 사건 하나가 있다. 아무리 잘 잊어버리는 중증의 건망증이 나를 따라다녀도 그 일만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해 봄날, 밤은 참 아름다웠다. 열사흘 달이 이르게 떠 있었다. 헐거워진 마음이 달빛에 환해졌다. 그 달빛에 부끄러운 듯 몸을 여는 꽃나무가 보였다. 베란다에서 밖을 보던 내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어린이 놀이터로 향했다. 그리 크지 않는 목련나무에 옥양목을 똘똘 뭉쳐 놓은 것 같은 꽃이 피어 있었다. 술은 먹어야 취하는 걸 안다지만 꽃에도 취함이 있음을 그때 처음 알았다. 놀이터 의자에 앉아 한껏 꽃에 취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나는 봄밤을 흔드는 달빛이었고 첫사랑에 잠 못 든 목련꽃이었다. 그래, 내친김에 한 곡 더 뽑자.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흥겹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봄밤은 감미로웠다. 그 순간 퍼뜩 스치는 알 수 없는 불안감. 허겁지겁 뛰어와 아파트 문을 연 순간 매캐한 냄새를 물고 뿌연 연기가 꾸역꾸역 몰려 나왔다.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간 냄비가 벌겋게 달아올라 바스라질 것 같았다. 가슴이 콩당콩당 뛰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한참이나 허둥거렸다. 간신이 무선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와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달빛이 하도 고와 밖에 나갔어. 목련꽃에 취해 가곡도 부르고 흘러간 노래도 불렀어. 근데 그 사이에 냄비는 다 타고 집안은 온통 연기 냄새로 집에 있을 수가 없더라구."

  꽃에 취한 듯 연기에 취한 듯 횡설수설했다.

  "언니 정신 차려."

  동생은 큰소리를 쳤다.

  "작년에 핀 꽃 올해 피고, 올해 핀 꽃 내년에 피지. 생전 꽃구경 안 했냐?"

  핀잔이 연기처럼 자욱했다. 그래 그런 소리 들어도 싸다.

  "집에 불 안 난 것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얼른 촛불을 방마다 다 켜 놓아."

  선생님처럼 명령했다. 그래야 냄새가 없어진단다. 그동안 모아 두었던 촛불을 모든 방에 다 켜놓았다. 20자루 넘게 사 모은 형형색색의 촛불을 켜 놓고 보니 그 또한 장관이었다. 달빛, 목련 그리고 현란한 촛불 잔치. 촛불의 작은 흔들림에 세레나데처럼 방안으로 달빛이 흘러들었다. 그 달빛을 감아올리며 움트는 목련꽃들. 황홀했다. 한번쯤 불장난 같은 사고를 쳐 보고 싶었는데 낭만이 가득한 사고 아닌가.

  그 봄밤에 일어났던 건망증을 지금도 잊지 않고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다.

  "모란이 지고 나면 그뿐, 나의 봄은 가고 말아.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그 시인에게 목련꽃 닮은 촛불 연서라도 보내고 싶은 봄날이다

23 2019년 (후반기) 온라인효석백일장 심사평
  • 관리자
  • 2019-12-31
관리자 2019-12-31

2019년 후반기 온라인 효석백일장 심사평


  전반기의 인기가 시들해진 모양이다. 응모 작품 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이백여 명의 응모자가 삼십여 명으로 줄었으니, 심사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다. 왜 그런지 궁금하기만 했다.

  전반기 대부분의 응모자가 모 문예 응모 관련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트가 하반기 응모를 안내하지 않은 탓에 이번처럼 응모자가 급감했으리라. 그러니까 이번에 응모한 분들이 진짜인 셈이다. 열심히 써서 마음을 담아 보내신 분들이란 생각으로 글을 읽었다. 전반기에 보내주신 분들이 정성이 부족하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응모자가 줄어서인지, 작품의 수준은 전반기만 못하였다. 그러나 입상권에 든 작품은 나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청춘을 목련으로 나타내고, ‘목련이 지듯 청춘이 진 노년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 아름다운 건망증, 목련은 늙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 우수한 작품이었다. 우수상을 받은 파로호 친구들은 전반기에 비슷한 동화롤 응모한 분의 작품이었다. 동화를 구성하는 능력도 우수하고 삶의 연륜에서 보이는 통찰력도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이 참가자가 함께 제출한 소설 멧돼지는 구성이나 묘사, 주제 구현 등 여러 면에서 일정한 성취를 보여주나, 아마추어 문예공모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선외가작으로 평가되었다. 그 외에도 단풍을 사랑의 열병으로 옮겨간 단풍’, 고시촌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청춘의 삶을 보여준 서른 하나, 발걸음을 내딛으며등의 작품은 일정한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어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글를 쓰는 행위는 자신에 대한 반성이자, 전망 모색이자 자기 위안의 행위이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고, 자신의 앞날을 모색하려고 해도 어둡기만 하고 또 초라한 자신을 위로하지 못하는 시대일수록 문학은 가치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문학은 위로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불행한 시대에, 불행한 사람들에게 문학은 고귀한 빛인 셈이다.

  지금이 불행한 시대라는 반증을 만나는 일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피해가지 않고 맞서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은 또 다른 희망을 준다. 이 두 가지를 함께한 한 해가 저물었다.

  새해에는 더 많은 분들의 작품을 기대하며, 응모한 분들에게 새해 만복을 기원한다.


심사위원

김정남(문학평론가, 소설가, 가톨릭관동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극(시인, 이효석문학선양회 선영위원장)

22 2019년 (후반기) 온라인효석백일장 입상자명단
  • 관리자
  • 2019-12-31
관리자 2019-12-31

                    2019 온라인 효석백일장 심사 결과(후반기)

구분

성명

제목

연락처

최우수

현부덕

아름다운 건망증, 목련

010-0000-9113

우수

김완수

파로호 친구들

010-0000-9074

우수

이은정

단풍

010-0000-2960

장려상

정희원

서을 하나, 발걸음을 내딛으며

010-0000-9223

장려상

정순옥

요셉, 나의 아버지 요셉

010-0000-0917

장려상

조정일

노숙자

010-0000-5909

선외가작

김완수

멧돼지

010-0000-9074

가작

김산

아이스크림

010-0000-8131

가작

안세빈

내친구 황금나팔

010-0000-4421


 


21 2019년 온라인 효석백일장 요강(하반기)-12월 28일까지 접수
  • 관리자
  • 2019-11-21
관리자 2019-11-21

2019년 온라인 효석백일장 요강(하반기)

가산 이효석 선생님의 고귀한 문학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이효석문학선양회에서는 온라인 효석백일장을 열어 많은 분들과 문학의 아름다움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1. 응모 부문

- 시부문, 산문부문(나이, 학력 상관없이 접수함)


2. 응모 기간

- 7월1일 ~ 12월28일


3. 응모 방법

(참가신청서 내려받기: 효석문화제 홈페이지-첨부파일 다운로드)

- 이메일로 접수하기: 이메일 주소(bomnal2323@hanmail.net)로 보내기


4. 시상(부문 상관없이 시상함.)

- 최우수(1): 상품 20만원, 기념품,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 우수 (2): 상품 10만원, 기념품,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 장려 (3): 상품 5만원, 기념품,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5. 문의: ()이효석문학선양회(335-2323)


6. 심사: 시부문과 산문부문으로 나누어 본회 임원, 외부 문인 위촉하여 심사


7. 시상

입상자 발표:  2020년 110,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재

시상 방법: 시상한 분의 주소지로 상장과 상품 우송


8. 기타사항

- 작품 응모 시 나이, 성명, 주소, 연락처를 꼭 기재하시기 바랍니다.

(차후 심사 및 시상에 꼭 필요합니다.)

- 제출하신 작품이 표절이나 대필로 밝혀질 경우 입상을 취소합니다.

- 응모한 작품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 입상작은 차후 효석백일장 수상 작품집에 수록할 수 있습니다.

 

()이효석문학선양회











 


20 2019년 (전반기) 온라인효석백일장 최우수작
  • 관리자
  • 2019-07-10
관리자 2019-07-10



반지하


 

     생크림을 만졌습니다 구름을 잡는 기분이 이런 걸까요

     땅 속 깊이 떠다니던 뿌리 바퀴벌레 등을 타고 줄지어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뿌리는 계속해서 자라 반지하가 되었습니다 여자는 볼에 계란과 붕산을 넣고 휘저으며 바퀴벌레의 흔적을 지워버렸습니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 바닥에 누워 몸을 한껏 웅크렸습니다 가만히 바닥을 느껴보았습니다 집을 느껴보았습니다 하늘과 가까워지고 싶어 할수록 지면은 점점 아래로 파고들었습니다


   어머닌 허구한 날 사람은 어두운 데로 다니면 안 된다고 했으면서 우리는 왜 지하에서 사는 건가요


   곰팡이들 사이에서 불만들이 마구 피어났지만 목구멍에 습기 차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물 먹는 하마는 순식간에 묵직해졌지만 내 목은 여전히 축축했습니다 여자는 땀과 냄새로 섞은 반죽으로 줄눈을 그렸습니다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길처럼 타일 사이에 반듯하게 금을 새겼습니다, 하얗게 하얗게


   남은 반죽을 뭉갰습니다


땀으로 범벅된 그녀의 형상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반지하가 지하가 되지 않기 위해 홀로 일을 한 여자는 하루도 건조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자가 생기는 날이 많았습니다 물방울 하나 떨어지면 바르게 새긴 금에 기포가 생기듯, 나에게도 들뜬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냥 지하도 아닌 반쪽짜리 지하에 살고서야 세상은 반으로 나뉘어져있다는 걸 깨달은 것입니다 하늘과 땅, 남자와 여자, 해와 달…… 나는 주저하다 볼을 엎어버렸습니다 섞이는 건 한순간이었습니다


    지하에서 끌려온 수액은 이 집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었습니다


19 2019년 (전반기) 온라인효석백일장 심사평
  • 관리자
  • 2019-07-10
관리자 2019-07-10


2019년 전반기 온라인 효석백일장 심사평


 먼저 놀라움을 밝힐 수밖에 없다. 응모작품이 예상을 뛰어 넘어 한번 놀랐고, 작품의 높은 수준에 더 놀랐다. 가만히 앉아 반성했다. 공모에 작품을 내는 사람들 수준이란 그저 그럴 거라는 생각을. 미처 이런 작품 발표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자책이나 후회가 글을 읽는 동안 우리를 따라 다녔다.


한편으로는 반가웠고 기뻤다. 우리 문학의 앞길이 환하다는 증표를 찾은 셈이니 말이다. 등단이란 제도가 있고, 그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려고 다들 안간힘을 쓰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문청도 많다는 걸 입증한 셈이다. 독립영화를 여러 편, 모아서 본 느낌이다.


적어도 우수상을 받은 응모자까지는 지금 당장 등단을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최우수상을 받은 반지하의 경우, 작품을 구성하는 능력이나 언어로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역량이 이 탁월해보였다. 좋은 시인의 출현을 예견할 수 있어 즐거웠다. 우수상을 받은 여백문답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과 후반부의 반전을 통해 주제를 드러내는 능력이 우수했다. 글 꽤나 쓴 분의 작품이라 칭찬만 가능했다. 물론 우수상을 받은 아코디언을 비롯한 시 세 편 또한 오랜 공력이 느껴지는 수작이었다.


장려상을 받은 작품들 또한 일정한 수준의 필력을 보여줬다. 자신의 경험을 소중한 가치로 재창조하는 작품이 많았고, 습작이긴 하지만 빛나는 발상과 표현을 보여준 작품도 많았다. 몇 명 안 되는 입상자 수가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응모작에 비해 입상자가 너무 적다는 점을 다시 언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작을 뽑아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기로 했다. 또한 소설을 보내주신 응모자에게 적합한 평가와 보상이 필요하다는 합의에 따라 두 작품을 선외가작으로 뽑기로 했다. 소설을 한 편 마무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님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차후에는 시부문과 산문부문으로 나누어서 시상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리고 초등학생이 응모한 글이 여러 편 있었다. 어린 학생의 글을 어른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일이 합당하지 못하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모할 줄 몰랐다는 담당자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차후 어린이의 글만 심사하는 부문을 만들어야 바람직하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일은 힘들지만 행복한 일이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고난의 시간이지만, 그 아픔이 결국 삶의 자양분이 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므로 행복한 일이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혼자 조용히 자신의 글을 벼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소중한 기회였다. 참가한 모든 분들의 건필을 빈다.


 


심사위원


김정남(문학평론가, 소설가, 가톨릭관동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극(시인, 이효석문학선양회 선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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