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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20(하반기)온라인독후감대회 최우수작 사무국 2020-12-15

왜 메밀꽃은 흐드러지게 피는지.


  두어 해 전, 나는 아이를 데리고 봉평에 갔다. 초가을, 가끔 선선한 바람이 불긴 했지만 뜨거운 뙤약볕을 가리지는 못했다. 낭만적인 여행을 기대했으나, 덥다고 징얼거리는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애엄마가 호젓한 여행이 웬 말이냐며 나를 다독였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왔으니 내 유년 시절, 짧은 이야기 하나에서 펼쳐졌던 잊지 못할 절경을 나는 기필코 보고야 말겠다며 이효석 생가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처음 이효석의 이야기를 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한 한국문학 단편선에서 였다.공부해야 할 과목은 많은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책까지 읽어야 한다는 게 절망스러웠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래서 당시 대입 시험에 종합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작품들을 모은 책을 숙제하듯 읽고는 하였는데, 당시 메밀꽃 필 무렵의 첫 구절은 대입을 앞둔 한 수험생의 긴장의 끈을 순간 뚝-하고 끊어 놓는 느낌이었다.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터의 모습은 그저 장사가 영 시원치 않은 여름날의 한 장날의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내 고향에는 전국으로 유명한 장이 섰는데,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매5,,10일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곤 하였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그 시장 한복판을 가로질러 가야만 했는데, 아침 등굣길에 벌써 슬슬 기미가 보인다 싶으면 그날은 어김없이 오일장이 서는 날이었다. 학교가 파하고 집에 돌아갈 때에는 내가 걷고 있는 건지, 사람에 떠밀려 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앞으로 조금씩 나아갈 뿐이었는데, 가뜩이나 키가 작았던 나는 내 고향말로- 어른들 허리 윗께를 보며 그저 앞으로 가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소설 속 장터의 모습은 내가 경험했던 그 장터와는 매우 다른 풍경이었음에도 나는 첫 구절에서부터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마음이 허물어졌다.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졌지만, 그 첫 구절이 유난히도 마음에 박혔던 것은, 아마도 해는 중천이지만 장판은 벌써 쓸쓸했던 그 장면이 마치 대입을 앞둔 내 모습 같아서였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고작 3학년 시작 언저리에서 마음과 열정이 소진되어 버린 듯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대입 준비를 위해 시작했던 책의 첫 구절에서 나는 이효석을 처음 만났다. 그때는 글의 주제니, 갈래니, 전지적 작가 시점이니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때였으므로 사실 온전히 글에 빠져들지는 못했다. 글 속에서 뿌여니 풍겨오는 메밀꽃 냄새를 맡기 보다는 그저 읽고 외우고,  5지선다 문제의 답을 고르는 더운 햇발이 벌여 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그런 일상의 반복일 뿐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바쁘게 살면서 메밀꽃 향이 잊혀져 갔다. 되돌아보니 태엽 바퀴 맞물려 돌아가듯이 쉼 없이 달려왔던 것 같다. 3 언저리의 그때처럼 말이다. 이효석의 작품을 처음 만났던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나는 몇 번이고 다시 메밀꽃 필 무렵을 찾아 읽었다.그리고 매번 다른 이효석을 만났다. 3의 내가 쓸쓸한 장판과 휘장에 유독 눈이 시렸던 것처럼, 지금의 나는 또 다른 메밀꽃 핀 달밤의 산길을 만난다.

  『메밀꽃 필 무렵은 장이 파하고 어스름한 저녁, 주인공 허생원이 동료들과 함께 대화장터로 가는 길을 배경으로 한다. 허생원은 평생 장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장돌뱅이이다. 못난 얼굴과 소심한 성격, 마음이 다 드러나는 솔직한 낯이 그를 낯설지 않게 했다.  그는 인생에서 딱 한번 처녀를 만나 하룻밤을 지냈던 추억이 있는데, 조선달이 이 이야기를 몇 번이고 들은 것으로 보아, 그 추억이 허생원의 삶에 원동력이었던 것 같았다. 장터를 돌며 평생을 살던 허생원은 늙고 지쳤지만 생업을 그만두지도 못하는 힘든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러한 삶조차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가 달빛이 비추는 메밀꽃과 졸졸 흐르는 개울이 있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옛 추억을 되새기며 밤길을 걷는 정경 역시 고단한 장돌뱅이의 삶과는 무관해 보인다. 소박하게 아름다운 봉평의 산길에서 들려오는 한 장돌뱅이의 옛이야기는 따뜻하고 정감 있다.

  문학관을 보고 나오는데, 날은 맑은데 예고되지 않은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아주 짧은 시간, 아이는 유모차에 잠들어 있었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그 길에서 그동안 마음속으로 무수히도 많이 상상했던 하얀 메밀꽃밭을 바라보았다. 문득 책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내 걸음도 허생원의 걸음처럼 해까워졌다. 멀리서 나귀의 방울 소리가 벌판에 청청하게 울리는 듯했다. 오늘 밤은 달이 얼마나 기울까.

  아, 이제야 알겠다. 왜 메밀꽃은 흐드러지게 피는지.

   오래간만에 메밀꽃이 피는 그곳에 가 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아들?”

공지 2020년 (하반기)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심사평 사무국 2020-12-15

2020년 이효석 작품 독후감 대회(하반기) 심사평


   코로나-19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가 엉망이 되었다. 늘 만나 정을 나누던 사람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 마스크가 내 몸이 된 지 오래다. 기약 없는 싸움을 하는 듯한 요즘, 문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한다. 꿈꿀 수 없는 것을 꿈꾸는 것, 갈 수 없는 곳을 가는 것,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는 것. 문학 안에서는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학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 중의 하나가 지난 시대의 작품을 다시 읽는 일이다. 그 시대의 문제를 지금 되돌아보는 것, 그리고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는 것. 코로나-19가 창궐해서 우리의 상식적 삶을 위협하는 시대에 우리가 할 일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100여 편의 독후감을 읽으면서 이효석의 작품을 다시 읽는 일도 그런 일이라는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과반에 가까운 독자가 현 시점의 고민과 갈등을 작품을 읽는 과정에 투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곧 이효석의 작품이 현재에도 의미가 크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이 이효석 문학의 근간이 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희 씨의 왜 메밀꽃은 흐드러지게 피는지는 한 편의 아름다운 산문을 읽는 듯한 기쁨을 주었다. ‘메밀꽃 필 무렵을 문제 풀이의 대상으로 처음 만난 학창 시절부터 결혼을 하고 아이와 함께 소설 속 장면을 체험한 최근까지의 감상을 담은 우수한 글이었다. 한 편의 작품이 오랜 시간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작품이 어떻게 세대를 이어 전승되는지 감각적인 문장을 통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수상을 수상한 강서영 씨의 자연에 스며듦을 지향하며, 이효석의 을 읽고는 작품의 배경이자 표제인 의 의미를 주인공 중실의 자연 인식을 중심으로 분석한 글이다. 작품을 꼼꼼하게 읽고 연관된 의미를 찾아내었으며, 현 시대인의 자연 인식을 되돌아 보게 하는 글이었다. 또 우수상을 수상한 이진목 씨의 희망과 변화 그리고 계절-계절을 읽고서는 작품 속 인물의 갈등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한 글이었다. 특히 등장 인물 중 여성이 가지는 시대적 인식에 대해 주목하면서 인물의 행위와 가치 판단의 양상을 세심하게 찾아내어 작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의 글이 나름의 경험과 가치관을 담고 있어 우수한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메밀꽃 필 무렵, 도시와 유령등 대표작 몇 편에 대한 감상문이 대부분이라는 점이었다. 간혹 약령기와 같은 작품을 대상으로 한 글이 있었는데, 이효석의 작품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좀 더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어린 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다들 열심히 읽고 썼으니 합당한 대접을 해야 함에도 상위권으로 뽑지 못했다. 좀 더 읽고 생각해보면 더 좋겠다는 심사위원의 바람이 담겼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다만, 학생들의 학년을 감안하여 우수한 글은 가작으로 뽑았다.

  코로나-19는 이효석문학관에도 영향을 미쳐 계획했던 많은 일들이 취소되었다. 언젠가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문학관을 찾는 가족의 풍경을 볼 수 있겠지만, 그날이 요원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우리는 늘 어려움을 잘 이겨왔다. 다가오는 2021년에는 좀 더 풍성한 일로 많은 분들을 초대하는 이효석문학관을 기대해본다.

심사위원

문학평론가 김정남(가톨릭관동대 국어교육과 교수, 소설가)

시인 김남극(이효석문학선양회 선양위원장)


공지 2020년 (하반기)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입상자 명단 사무국 2020-12-15

          2020년 이효석 작품 독후감 대회(하반기) 입상자 명단

등위

성명

작품명

연락처

비고

최우수상

박지희

왜 메밀꽃은 흐드러지게 피는지

010-0000-7585

 

우수상

강서영

자연에 스며듦을 지향하며-이효석의 을 읽고

010-0000-5332

 

우수상

이진목

희망과 변화 그리고 계절-‘계절을 읽고서

010-0000-7596

 

장려상

박지영

하산-이효석의 을 읽고

010-0000-1913

 

장려상

남대현

분녀를 읽고-본능에 따르는 상대적 행복에 대하여

010-0000-0817

 

장려상

박성은

다시 읽는 메밀꽃 필 무렵

010-0000-5638

 

가작

이창헌

이효석 작품 을 읽고서

010-0000-7321

 

가작

김은미

찬란한 개화를 맞이하는 시기

010-0000-9062

 

가작

민병식

이효석 님의 낙엽을 태우면서를 읽고

010-0000-8328

 

가작

정지만

나를() 찾는() 기록, 낙랑아방기(樂浪我訪記)

010-0000-5730

 

가작

김미연

이효석의 을 읽고-여전히 현실도피적인 산,--

010-0000-5503

 

가작

오형은

암도야지의 의미를 찾아서

010-0000-7906

 

가작

손창현

장미 병들다’-인간이라는 도시의 나약함에 대하여

010-0000-7679

 

가작

김서현

이효석 도시와 유령을 읽고

010-0000-9590

 

가작

김시연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포장한 시대의 이면

010-0000-4052

 

가작

김태윤

동이 형에게

010-0000-1636

초등학생

가작

윤주영

마음 아픈 가족과의 이별

010-0000-7925

중학생

가작

윤성욱

허생원이 동이의 아버지가 되기를 응원해요

010-0000-0275

초등학생

가작

전가은

허생원 아저씨에게

010-0000-2351

초등학생

가작

윤성현

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장돌뱅이

010-0000-0275

중학생

가작

이수민

이효석 선생님의 일생과 메밀꽃 필 무렵에 대한 감상

010-0000-3579

초등학생

가작

김유진

추억을 그리워하는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010-0000-0823

초등학생

가작

이시우

메밀꽃이 만내한 그날 밤-허생원의 일기 중

010-0000-2034

초등학생


사)이효석문학선양회


32 2020년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요강 (하반기) -마감 관리자 2020-07-09

2020년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요강

 

가산 이효석 선생님의 고귀한 문학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이효석문학선양회에서는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를 열어 많은 분들과 이효석 선생 작품의 아름다움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1. 참가 대상

- 누구나 (나이, 학력 제한 없이 참가 가능)

 

2. 대상 작품

- 이효석 선생이 쓰신 작품이면 모두 가능함.

 

3. 응모 기간

- 하반기 : 71~ 1210(마감)

 

4. 응모 방법

- 이메일로 접수하기: 이메일 주소( bomnal2323@hanmail.net )로 보내기

 

5. 문의

-효석달빛언덕(033-336-8841)

 

6. 시상내역

- 최우수(1): 상품 20만원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 우수 (2): 상품 10만원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 장려 (3): 상품 5만원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 가작 (00): 상장

 

7. 심사위원 : 본회 임원과 외부 문인을 위촉함.

 

8. 시상

- 시상 방법 : 시상한 분의 주소지로 상장과 상품 우송

- 입상자 발표 :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재

( 하반기 : 1220)

 

9. 기타

- 독후감 응모 시 성명, 주소, 연락처를 꼭 기재하시기 바랍니다.(차후 시상에 꼭 필요합니다.)

- 제출하신 독후감이 표절이나 대필로 밝혀질 경우 입상을 취소합니다.

- 응모한 독후감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 입상작은 차후 효석백일장 수상 작품집에 수록할 수 있습니다.

 

 

 

()이효석문학선양회학선양회

31 2020(전반기)온라인독후감대회 최우수작 관리자 2020-07-07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나 시름에 대하여 

                        이효석의 여수를 읽고

 

 

여수(旅愁).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나 시름.

결코 긴 글은 아니지만, 이효석의 다른 짧은 단편들에 비해서는 조금 긴 소설이다.

예술가에서 농민까지, 그리고 보따리장수에서 매춘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소설에서 중심 인물로 등장하였다. 그리고 여수의 중심인물은, 떠돌이 외국인 유랑단이다.

그들의 한국문학 등장은 생소하다. 특히, 중국인이나 일본인도 아닌 러시아인들이, 이효석의 소설에 종종 등장한다. 이효석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가 여러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섬세한 작가라는 생각은 들었는데, 러시아 유랑단까지 등장하니 그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유심히 관찰한 것인지, 그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혹자는 이효석의 중반기 작품에서 구라파주의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구라파주의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유럽우월주의정도가 되겠다.) 그리고 여수가 그 작품들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소설의 화자인 구라파’, 즉 유럽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구라파에 대한 애착을 나는 가령 구라파 사람이 동양에 대해서 품는 것과 같은 그런 단지 이국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보다도 한층 높이 자유에 대한 갈망의 발로라고 해석해왔다. 문화의 유산의 넉넉한 저축에서 오는 풍족하고 관대한 풍습이야말로 가장 그리운 것의 하나이다. (중략) 지금의 내 심정은 구라파로 가고자 하는 스타호프의 회포와도 같은 것, 다 함께 일종 고향에 대한 정임에 틀림없다.

 

유럽에 대한 동경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끝없이 들어오는 신문물과 새로운 사상들. 심지어 이효석은 영문학을 전공한 작가로서,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문화들에 관심이 많았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가 진실로 유럽을 고향이라고 생각하며 막연한 동경만을 가지고 떠나 조국을 등지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부분들이 소설에서 보인다.

 

일리나만이 고아의 외로운 정경이 아니라 듣고 보면 그들 모두가 비슷한 처지였던 것이다. 그런 것을 들을 때 나는 좁던 내 마음의 세계가 조금씩 넓어짐을 깨닫게 되면서 모르던 정회를 그들과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정회를 느꼈던 이유는, 그들이 유럽인이라고 해서 보다 더 특별히 자유롭거나, 행복한 삶을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원래 그들의 싸움이 뿌리 깊은 적의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일종 애달픈 향수에서 온 것임이 사실이매 낯선 곳에서의 근심이 삐지 않는 한 마음이 개운하게 갤 리도 없어 우울의 긁어리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음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특별히 자유롭거나 행복하지 않고, 유독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이유는 그들이 고향을 떠나 떠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여기서 그들유럽을 떠났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일까, 아니면 고향을 떠났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일까?

유럽을 떠났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으려면, ‘구라파주의에 의하면 그들은 자유롭지 않아야 한다. 유럽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곳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한국에서 유랑 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자유롭게 살고 있다.

그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끊임없는 유랑 생활을 하고, 이에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던 고향을 그리워하며 이에 과거로 돌아가고자 떠돌이 생활을 하며 여비를 모으는 것이다.

, ‘가 유럽에 대한 갈망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고향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유럽을 동경하는 표현이 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 동양과 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다.

 

음식이나 의복이나는 순전히 풍토에서 차이가 생겼을 뿐이지 문화의 높고 낮음이 관계된 바 아닌 듯싶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암시된 것처럼 가 고향을 떠나, 조국을 떠나 유랑 생활을 하게 된다면, 결국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유랑단의 사람들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

 

나는 현재 혼자 자취를 하며 살고 있다. 굳이 자취를 하지 않아도 됐지만, 내가 원해서 시작하였다. 자취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자유를 쟁취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혼자 지내게 되면서 외로움도 늘었고, 이 때문에 틈만 나면 본가로 내려가서 하루이틀 잠을 자고 다시 올라오곤 한다.

부모님께서 종종, 곧 나와 나의 형제들이 모두 독립을 할 경우,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다는 얘기를 꺼내시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절대 반대한다. 비록 나의 주 생활 터전은 이제 더 이상 나의 본가가 아니지만, 이상하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잠깐 머물다 떠날 곳인 것 같고, 본가는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서 나를 받아줄 곳인 것만 같다. 내 집, 내 방, 내 침대, 내 물건, 무엇 하나라도 바뀌거나 사라지면 너무 서운할 것 같은 곳. 모두에게 고향은 그런 존재다.

누구나 자유를 동경하고 갈망하지만 그것이 고향의 포근함을 이길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우리는 모두 넓은 바다를 등진 채 강을 거슬러 올라오고자 하는 연어들이다.


30 2020년 (전반기)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심사평 관리자 2020-07-07

2020년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심사평(전반기)

 

가산 이효석 선생의 고귀한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독후감대회에 전년보다 많은 70여 편의 독후감이 접수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심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독후감이 다수였던 예년에 비해 다양한 작품을 읽고 깊은 생각을 담은 독후감이 많아 읽는 내내 가산 선생의 문학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산 선생의 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한 경향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문학을 추구했던 선생의 성품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구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독후감 대회가 더욱 풍성하고 앞으로 기대를 모으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번 응모작들은 수준이 상당히 높아 등위를 가리기 힘들었다. 문학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작품을 평가한 글도 있었고, 작품을 읽고 공감하고 그 가치를 내면화하는 글도 있었다. 작품을 읽고 봉평을 다녀간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 작품의 고귀함을 잔잔하게 풀어낸 글도 있었다. 다들 잘 쓴 글들이어서 등위를 가리는 일이 자칫 다양성을 훼손하지나 않나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선 심사위원은 아마추어가 쓴 독후감이라는 점, 작품을 읽고 자신 삶과 지금의 문제를 깊이 성찰하는 태도가 작품을 바르게 감상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심사를 진행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나 시름에 대하여-이효석의 여수를 읽고독후감은 단편 여수를 통해 읽어낼 수 있는 가산 선생의 모더니즘적, 서구지향적 문학 세계를 깊이 읽어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산 선생의 문학 세계의 특징을 바탕으로 작가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작품을 깊이 읽어 간 독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작품의 감상을 현재 자신의 삶으로 이어간 마지막 부분은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마지막까지 최우수상을 겨룬 글은 라오콘의 후예라는 독후감이었다. 단편 라오콘의 후예뿐만 아니라 도시와 유령, ()등의 작품에 나타난 신화적, 원형적 상징의 의미를 찾아낸 이 독후감은 문학 공부를 오래 이어온 문학도의 공력이 보이는 글이었다. 다양한 텍스트의 예를 통해 작품을 해석하고 가치 평가한 내용은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 다만 아마추어가 쓴 독후감이라는 기준을 적용할 때 우수상을 드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외에도 산문 피서지 통신을 읽고 전원의 가치와 자신의 삶을 돌아본 글, 단편 장미 병들다에 나타난 인간상을 밀도 있게 다룬 글 등은 독후감으로는 완벽에 가까워 읽는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또 나름 고민에 고민을 더해 쓴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독후감도 있어 우리 문학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기도 했다.

독후감 대회는 자칫 의례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누구나 아는 작품에 대한 누구나 느낄만한 감상을 적어 내는 일, 그 글을 무료하게 읽는 일이 곧 독후감 대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그렇지 않았다. 가산 선생의 작품이 다양하듯 다양한 작품을 읽은 다양한 글들이 심사위원을 즐겁게 했다. 다양성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끼면서 가산 선생의 향기를 새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고마웠다.

 

심사위원: 김정남(소설가, 문학평론가, 가톨릭관동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극(시인, 이효석문학선양회 선양위원장)

가산 이효석 선생의 고귀한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독후감대회에 전년보다 많은 70여 편의 독후감이 접수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심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독후감이 다수였던 예년에 비해 다양한 작품을 읽고 깊은 생각을 담은 독후감이 많아 읽는 내내 가산 선생의 문학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산 선생의 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한 경향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문학을 추구했던 선생의 성품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구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독후감 대회가 더욱 풍성하고 앞으로 기대를 모으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번 응모작들은 수준이 상당히 높아 등위를 가리기 힘들었다. 문학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작품을 평가한 글도 있었고, 작품을 읽고 공감하고 그 가치를 내면화하는 글도 있었다. 작품을 읽고 봉평을 다녀간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 작품의 고귀함을 잔잔하게 풀어낸 글도 있었다. 다들 잘 쓴 글들이어서 등위를 가리는 일이 자칫 다양성을 훼손하지나 않나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선 심사위원은 아마추어가 쓴 독후감이라는 점, 작품을 읽고 자신 삶과 지금의 문제를 깊이 성찰하는 태도가 작품을 바르게 감상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심사를 진행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나 시름에 대하여-이효석의 여수를 읽고독후감은 단편 여수를 통해 읽어낼 수 있는 가산 선생의 모더니즘적, 서구지향적 문학 세계를 깊이 읽어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산 선생의 문학 세계의 특징을 바탕으로 작가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작품을 깊이 읽어 간 독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작품의 감상을 현재 자신의 삶으로 이어간 마지막 부분은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마지막까지 최우수상을 겨룬 글은 라오콘의 후예라는 독후감이었다. 단편 라오콘의 후예뿐만 아니라 도시와 유령, ()등의 작품에 나타난 신화적, 원형적 상징의 의미를 찾아낸 이 독후감은 문학 공부를 오래 이어온 문학도의 공력이 보이는 글이었다. 다양한 텍스트의 예를 통해 작품을 해석하고 가치 평가한 내용은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 다만 아마추어가 쓴 독후감이라는 기준을 적용할 때 우수상을 드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외에도 산문 피서지 통신을 읽고 전원의 가치와 자신의 삶을 돌아본 글, 단편 장미 병들다에 나타난 인간상을 밀도 있게 다룬 글 등은 독후감으로는 완벽에 가까워 읽는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또 나름 고민에 고민을 더해 쓴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독후감도 있어 우리 문학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기도 했다.

독후감 대회는 자칫 의례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누구나 아는 작품에 대한 누구나 느낄만한 감상을 적어 내는 일, 그 글을 무료하게 읽는 일이 곧 독후감 대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그렇지 않았다. 가산 선생의 작품이 다양하듯 다양한 작품을 읽은 다양한 글들이 심사위원을 즐겁게 했다. 다양성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끼면서 가산 선생의 향기를 새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고마웠다.

 

심사위원: 김정남(소설가, 문학평론가, 가톨릭관동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극(시인, 이효석문학선양회 선양위원장)

29 2020 (전반기)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수상자 발표 관리자 2020-07-07

2020 온라인독후감대회 수상자 발표


등위

이름

주소

연락처

최우수상

노현빈

경기도 군포시 고산로

010-0000-1579

우수상

김도연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

010-0000-2312

우수상

박은숙

대구 수성구 동원로

010-0000-1353

장려상

이진목

서울시 송파구 송이로

010-0000-7596

장려상

허필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010-0000-1381

장려상

선종수

전남 순천시 용당

010-0000-5386

가작

김남수

서울시 강북구 인수동

010-0000-8225

가작

윤혜영

충남 논산시 황산벌로

010-0000-9381

가작

강동헌

서울시 구로구 경인로

010-0000-0522

가작

박인숙

대전시 대덕구 계족로

010-0000-7217

가작

김승수

경기도 부천시 상동 소향로

010-0000-5604

가작

김경린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010-0000-1728

가작

유예린

서울시 양천구 신정로

010-0000-2332

가작

신리경

경기도 부천시 심중로

010-0000-6379

 

28 2020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요강(전반기 마감) 관리자 2020-03-31

2020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요강

가산 이효석 선생님의 고귀한 문학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이효석문학선양회에서는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를 열어 많은 분들과 이효석 선생 작품의 아름다움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1. 참가 대상

 - 누구나 (나이, 학력 제한 없이 참가 가능)


2. 대상 작품

- 이효석 선생이 쓰신 작품이면 모두 가능함.


3. 응모 기간

- 상반기 : 41~ 630

- 하반기 : 78~12월 10


4. 응모 방법

- 이메일로 접수하기: 이메일 주소( bomnal2323@hanmail.net )로 보내기


5. 문의

()이효석문학선양회(335-2323)


6.  시상내역

- 최우수(1): 상품 20만원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 우수 (2): 상품 10만원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 장려 (3): 상품 5만원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7. 심사위원: 본회 임원과 외부 문인을 위촉함.


8. 시상

- 시상 방법 : 시상한 분의 주소지로 상장과 상품 우송

입상자 발표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재(상반기 : 7월 10일, 하반기 : 12월 20일)


9. 기타

- 독후감 응모 시 성명, 주소, 연락처를 꼭 기재하시기 바랍니다.(차후 시상에 꼭 필요합니다.)

- 제출하신 독후감이 표절이나 대필로 밝혀질 경우 입상을 취소합니다.

- 응모한 독후감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 입상작은 차후 효석백일장 수상 작품집에 수록할 수 있습니다.


    (사) 이효석문학선양회학선양회


27 우리의 삶이라는 건 최은총 2019-12-31

우리의 삶이라는 건

 

세상에 영원한 게 있을까.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영원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주어진 한정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선택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그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지면서 어떤 것의 시작과 끝이 달라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래서 때때론 그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고 사랑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사랑받은 기억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나는 우리의 삶에 사랑이라는 것이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형태는 저마다 다를 테지만 그것이 있음으로써 힘든 상황이나 시기가 닥쳐와도 이겨낼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작품에서 등장하는 메밀꽃의 꽃말은 연인또는 사랑의 약속이다. 고향을 떠나 장돌뱅이로 떠도는 삶을 살아온 허 생원은 달이 환하게 비치는 밤이면 꼭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 이야기에는 하룻밤 동안 정을 나누어 하루 만에 헤어진 한 여인을 잊지 못하는 허 생원의 마음이 담겨 있다. 늦은 저녁에서 새벽으로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빛의 밝음과 흐림 정도를 떠올리며 나 자신이 허 생원이 되어 길을 걷는 상상을 해 보았다. 고단함이 담겨 있는 장돌뱅이의 삶과 한 여인에 대한 애욕.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누군가를 잊지 않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고요한 산길에서 달빛을 받으며 더욱더 부푸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산허리에 피기 시작한 메밀꽃들이 달빛에 애틋해진 마음을 더욱 부추기는 것 같았다. 힘든 산길을 지나며 들었던 동이라는 젊은 청년의 이야기 속, 당초부터 없었다던 친아버지의 이야기와 그가 자신처럼 왼손으로 채찍을 잡는 모습을 보고 과거 속의 사랑을 다시 한번 찾아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겨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마음은 20년 전 그 여인을 처음 만났을 때와 변함이 없었다.

 

어린 시절, 종종 읽었던 전래 동화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달빛과 흔하지만 언제나 빠질 수 없는, ‘사랑이 합쳐져 만들어진 이야기. ‘메밀꽃 필 무렵에서의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는 나에게 긴 여운을 남겼고 스스로 끊임없이 던져온 질문의 답을 찾은 것 같았지만 그 답의 정의를 명확하게 내릴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집 밖을 나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다른 곳보다 달이 환하게 뜨는, 달동네에 있는 우리 집에 비치는 달빛을 바라보며 영원한 것은 없을 수도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이름: 최은총

주소: 전라남도 강진군 마량면 마량 1길 9-4번지

연락처: 010-5483-5600 

26 2019년 (후반기) 제2회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최우수작 관리자 2019-12-31

이효석이 태운 낙엽에 나의 육감이 깨어나다.


   학창시절 읽었던 짧은 수필 한 편을 오십 넘어 다시 읽는다. 당시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들이 마구 올라온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땐 학교수업 시간이었고, 또한 시험공부 때문에 문법을 분석하며 읽었을 터이니 이 위대한 글에 어찌 젖어 들 수 있었겠는가? 이젠 인생수업 시간에 진짜공부를 하며 이효석이 태운 낙엽에 나를 깨운다.


    우리에겐 오감(五感)이라는 것이 있다. 오십대 중반에 다시 접한 이 짧은 글에서 잠자던 나의 오감이 깨어난다.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은 청각이다. 글이 시작되면서 낙엽 긁어모으는 소리가 거칠게 들려온다. 이어서 낙엽자체가 들려주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어느 날 난 낙엽 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 마음을 보았죠.’ 라는 유행가 가사가 떠오르며 이효석의 낙엽은 내게 소리로 가장 먼저 다가온다. 적막을 스치며 내 마음에 사뿐히 내려앉은 낙엽소리, 그리고 수북하게 쌓인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한 곳에 긁어 모여지는 소리. 깨어난 청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낙엽의 산더미를 태울 때 들리는 푸슥푸슥소리와 목욕물을 데우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순간 나무 타는 소리가 탁탁거리며 내 영혼을 흔들어 댄다.

  소리의 전율에 취한 채 두 번째로 깨어난 감각은 시각이다. 색의 삼원색이 빨강, 노랑, 파랑이고, 빛의 삼원색은 빨강, 초록, 파랑이라고 하는데 이 글은 과연 무슨 색이 지배하고 있을까? 우선 붉은색이 보인다. 붉음은 단풍을 대표하는 색이요, 낙엽을 태우고 있는 불과 아궁이 속의 붉음이 보인다. 그리고 새빨갛게 달궈진 난로와 화로의 숯불 때문에 빨강이라는 점이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단풍은 붉게만 물들지 않는다. 노랗게 물든 단풍도 많을 뿐더러 떨어진 낙엽은 낙엽색이라는 고유의 명사로 불린다. 불 또한 붉게만 보이진 않는다. 불은 오히려 노란색에 가깝다. 이렇듯 황색물결은 떨어진 낙엽과 타오르는 불길을 아우르며 화려하게 춤추고 있다. 빨강이 점으로 다가왔다면 노랑은 이 글의 배경으로 비춰진다. 여기에 마치 신호등처럼 초록이 등장한다. 작가는 담쟁이를 설명하며 초록세상을 보여준다. 계절은 늦가을이라 하늘은 높고 파랗게 연상된다. 이렇게 빨노파초가 어우러져서 보인다. 새까만 커피와 새하얀 눈밭까지 등장한 이 글의 색깔은 내게 무지개 색으로 찬란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효석이 낙엽을 태우며 자극한 나의 오감은 단연코 후각이 가장 강렬하다. 이효석은 냄새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써가면서 내 후각을 강하게 자극한다. 낙엽 타는 냄새 같이 좋은 것이 있겠냐며 신선한 커피의 향에 비유했는데, 70년 전 개암 냄새로 표현한 이 구수한 냄새가 지금의 헤이즐넛 향임을 알고 어찌나 놀랐는지! 나는 거의 매일 아내를 위해 커피를 갈아준다. 어깨에 잔뜩 힘을 준 채 핸드그라인더를 잡고 백번 이상 돌려야만 가루가 되는 이 번거로움이 싫지 않은 이유는 커피를 기다리는 아내가 좋아서다. 그리고 커피를 갈 때 풍기는 이 향이 좋아서다. 앞으로 가을커피를 갈 때엔 이효석의 낙엽도 함께 갈릴 듯하다.

  후각은 곧 미각으로 이어진다. 미각의 극대화를 주기 위해서였을까? 싸늘한 넓은 방에서의 따끈한 차 한 잔은 나의 마른 침샘을 자극하기에 넉넉하다.

  마지막으로 나를 자극한 오감은 촉각이다.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 이 느낌은 낙엽을 태울 때 올라오는 연기로부터 시작된다. 눈이 맵고, 코가 근질근질 거리면서도 기분 좋은 온기가 온몸에 전해진다. 이 감촉은 목욕물을 데우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극대화 된다. 아궁이에 웅크려 앉아 붉은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느낌은 나를 옛날 시골집으로 데리고 간다. 오랜 불 쪼임으로 건조해진 피부는 잠시 후 목욕실에서의 자욱한 김에 의해 촉촉해진다. 콧등에도, 등에도 송골송골 작은 물방울이 느껴진다.  


  오감이 동원되어 온 몸으로 이 글을 읽었다. 그리고 아직 한 가지 감각이 더 남아있다. sixth sense. 육감이다. 직감이라고도 하는 이 감각은 오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라고 한다. 이효석은 낙엽을 태우면서 정작 무엇을 태운 것일까? 생각해 본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내가 태울 낙엽은 무엇이어야 할까? 스스로에게 물어준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이 참 된 질문이 아닐까? 묻고 또 묻다가 어느 순간 질문이 필요 없어질 때가 오지 않을까? 이효석이 태운 낙엽은 이렇게 나의 육감까지 깨워준다.

25 2019년 (후반기) 제2회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심사평 관리자 2019-12-31

2019 후반기 이효석작품 독후감대회 심사평  


   전반기 응모 열기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응모작품이 50여 편으로 줄었다. 그런데 수준이 낮아진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응모가 거의 없어졌고, 초보적 단계의 감상문이 많이 줄었다. 그리고 작품의 폭이 더 넓어지고 작품을 깊이 읽고 내면화하는 감상문이 다수를 차지했다.

  심사를 마치고 고민이 하나 생겼다. 단순히 감상문으로 평가를 할 것인지, 아니면 문학을 전공한 사람의 식견을 바탕으로 한 전문적인 글도 함께 볼 것인지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심사를 마치면서 우리 두 위원은 이 대회를 아마추어 대회로 이어갈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감상문 그 자체에 충실한 글을 뽑기로 합의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효석 선생의 작품을 읽고 그 느낌을 써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학 전공자의 글은 논문이란 형태로 게재될 곳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송준영 씨의 응모작은 선외가작으로 선정하였다. ‘마작철학을 통해 본 당시 제국주의 형세와 인물들의 계급의식을 탐구한 응모작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좋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아마추어 수준의 감상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낙엽을 태우면서를 읽고 작품의 감각적 내면화를 섬세하게 다룬 고동욱 씨의 감상문은 짧은 수필 하나가 줄 수 있는 감각을 잘 찾아낸 글이었다. 또한 단편 을 읽고 각박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본 작품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탉을 읽은 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재해석한 내면화 과정이 돋보이는 이창헌 씨의 감상문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단편향수를 읽고 사랑의 문제와 그리움의 문제를 생각한 이서린 씨의 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공부과정에 대한 탐구 정신이 잘 나타난 최인서 씨의 글 등은 이효석 선생의 작품이 지금보다 더 풍부하게 읽힐 수 있고 현재에도 유의미하다는 것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올해 이 감상문대회를 통해 우리는 이효석 선생이 메밀꽃 필 무렵만으로 존재하는 작가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작가가 대표작 하나로 기억되고 평가되는 일처럼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많은 과정을 거치며 고민하고 나아간 과정이 남긴 작품을 그 시간과 고민을 감안하여 읽어내는 일, 그 일이 정말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의 몫이라는 점을 다시 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년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부문을 따로 만들고, 이효석 선생의 작품을 열심히 읽은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갈 수 있게 입상자도 늘려서 다시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올해 감상문을 응모해주신 분들이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한 해를 맞으시길 기원하면서 심사를 마친다 


심사위원

김정남(문학평론가, 소설가, 가톨릭관동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극(시인, 이효석문학선양회 선양위원장)

24 2019년 (후반기) 제2회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입상자 명단 관리자 2019-12-31
                          2019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심사 결과(후반기)

    

구분

성명

제목

연락처

최우수

고동욱

이효석이 태운 낙엽에 나의 육감이 깨어나다

010-0000-1918

우수

이금진

을 읽고

010-0000-2331

우수

이창헌

수탉을 읽고

010-0000-7321

장려상

이서린

서로에게 고향이 되어주는 사랑 향수를 읽고

010-0000-3270

장려상

최인서

메밀꽃 필 무렵을 넘어

010-0000-3556

장려상

권용현

도시의 하루살이, ‘미등록자의 삶 -‘도시와 유령을 읽고

010-0000-8906

선외가작

송준영

마작철학을 읽고

010-0000-4540

가작

남우연

타락한 시대를 살다

010-0000-2884

가작

손창현

소설집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010-0000-7679

가작

박혜빈

도시와 유령

010-0000-0416

가작

손영준

을 읽고

010-0000-8538

가작

권은초

메밀꽃 필 무렵’, 그 낭만 속 일제강점기의 슬픔 현실

010-0000-2593


23 2019년 (전반기) 제1회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최우수작 관리자 2019-07-10


낯익은 시대의 초상


 - 깨뜨려지는 홍등을 읽고 -


1930년에 태어난 소설을 2019년에 읽어본다. 해묵은 식민의 시대로 건너가는 일은 제법 생경했지만 의외로 흥미로웠다. 그동안은 이효석이란 이름을 떠올리면 메밀꽃 필 무렵부터 자동 연상되고는 했다. 소설을 읽으며 음미하기보다는 암기부터 해야 했던 빈한한 학창시절을 보낸 탓일 게다. 해서 이번에는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이효석의 소설들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찬찬히 책장을 넘기는데 깨뜨려지는 홍등에서 슬몃, 가슴이 저려왔다.


이런 소설을 읽는 일은 서글프다. 사는 일은 왜 늘상 살 궁리를 필요로 하는 걸까. 깨뜨려지는 홍등에는 사는 궁리 끝에 삶이 궁지에 몰린 어린 여성들이 등장한다. 각기 다른 사연으로 사창가로 팔려와 모진 학대를 당하며 살아가는 봉선이, 채봉이, 부영이, 명자, . 작가는 이 가엾은 창녀들에게 하나 하나 이름을 붙여준다. 이름이 존재의 방증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제 육신이 여성인 탓에, 또 제 고국이 식민지인 탓에 억울하게 스러져야 했던 일제강점기 여성-인간들의 운명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작가의 진심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견디면 견뎌지는 어떤 것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 게 인간일까. 과연 인간다운 삶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것인지, 그런 것이 정말로 존재할 수나 있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의 여성들은 스스로의 삶이 인간답지 못하다고 자각한다. 저마다 이름을 가졌음에도 사창가의 여성들은 인간 존재로 존엄하게 대접받지 못하고 남성과 포주의 욕구를 채우는 물건으로 전락한 채 생계를 이어온 까닭이다. 인간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때로 인간됨을 버려야 하는 아이러니. 그녀들은 조악한 시대가 유린해버린 서글픈 여권(女權)과 인권(人權)들의 초상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효석은 자신이 관통해온 어두운 시대의 상흔을 잉크 삼아 당시 식민지의 황망한 풍경을 보여주며 당대성을 획득한다.

이 소설이 인상적인 것은, 여성들이 자신이 처한 사회적 문제 속에 함몰되지 않고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능동적으로 자기 변화를 꾀해 한 사람의 인간 존재가 되기를 자처했다는 점이다. 이는 작금의 페미니즘 열풍과도 맞닿아 있는 모습 같아 마치 동시대 소설을 읽는 듯 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이 문둥이 같은 놈의 세상이, 놈들의 농간이, 우리를 이렇게 기구하게 맨들지 않았는가?”


이 피맺힌 절규를 읽으며 생각해보았다. 식민지 시대의 여성들과 현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얼마나 다르면서도 가까운가. 그 사실을 생각하면 일순 가슴이 갑갑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의 그녀들은 당차게도 포주와 협상하기 위한 요구서 비슷한 것을 스스로 작성해내는데, 그것이 오빠들의 예를 본받아서작성되었다는 점이 여성 캐릭터의 시대적 한계를 보여준 것 같아 조금은 씁쓸했다. 그러나 문제를 인식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공의 의식 성장을 이루어내는 풍경만큼은 자못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흘간 지속된 단식투쟁은 자신의 처지를 단순히 팔자로 치부하던 봉선의 여성적 한계 의식을 완전히 깨부수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게 한다. 봉선이 돌을 던져 홍등을 조밥처럼 깨부숨으로써 홍등으로 표상되던 여성성의 한계는 죽음을 맞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성과 인간성의 회복은 이제 여성이자 인간으로 존재하기를 결심한 봉선의 선언적인 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

다시 일을 하나 봐라. 이놈의 집에, 이 더러운 놈의 집에 다시 있는가 봐라.”


이효석은 깨뜨려지는 홍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 계급인 노동자와 여성에게 당면한 현실의 문제와 맞서 싸우라고 주문하는 듯하다. 나아가 존엄한 인간 권리의 정당한 쟁취가 가능한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그는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간적인 고통을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는다. 배가 고파 몸을 팔았으나 더 배가 고파 동맹 파업을 하게 되고, 단식 투쟁으로 주린 배를 빵으로 채우자 권리 주장에 힘을 낼 수 있다는 서사는 참으로 인간적이다. 작가는 삿된 세상과 막연히 화해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사회와 인간의 고통을 공감하게 만든다. 삶의 불우함과 부조리를 잊지 않으면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라고 이야기한다. 그 직선적 열정과 고투가 승리로 귀결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홍등은 깨뜨려졌으나 여성들의 파업이 성공했는지는 끝끝내 말해주지 않는다. 여성들의 선언은 완료되지 않고 현전한다. 바로 그 점이 이 소설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한다. 그것이 2019년인 지금에 와서도 이 소설이 공명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인간이라는, 여성이라는, 노동자라는 존재들의 희망을 맹목적으로 기대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우리의 희망에 차도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지나간 시대를 지난하게 버티다 간 여성이자 노동자이자 인간이었던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상상해본다. 그녀들은 무엇을 위해 연대를 선택한 것일까. 연대만이 희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연대 보다 더 나은 방법은 알지 못하기로, 나는 다시금 옛 사람의 소설을 집어들게 될 것 같다. 붉은 등을 깨뜨린 돌처럼 단단한 소설의 힘을 생각한다. 내 안에는 어떤 홍등이 켜져 있을까, 나는 무엇과 맞서 싸워야 할까. 붉은 등을 겨누며 힘껏 돌을 던져본다. 아직도 깊은 밤의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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