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선생의 작품세계로 함께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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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
2020(하반기)온라인독후감대회 최우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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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 2020-12-15 | ||||||||||||||||||||||||||||||||||||||||||||||||||||||||||||||||||||||||||||||||||||||||||||||||||||||||||||||||||||||||
왜 메밀꽃은 흐드러지게 피는지. 두어 해 전, 나는 아이를 데리고 봉평에 갔다. 초가을, 가끔 선선한 바람이 불긴 했지만 뜨거운 뙤약볕을 가리지는 못했다. 낭만적인 여행을 기대했으나, 덥다고 징얼거리는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애엄마가 호젓한 여행이 웬 말이냐며 나를 다독였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왔으니 내 유년 시절, 짧은 이야기 하나에서 펼쳐졌던 잊지 못할 절경을 나는 기필코 보고야 말겠다며 이효석 생가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처음 이효석의 이야기를 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한 한국문학 단편선에서 였다.공부해야 할 과목은 많은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책까지 읽어야 한다는 게 절망스러웠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래서 당시 대입 시험에 종합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작품들을 모은 책을 숙제하듯 읽고는 하였는데, 당시 『메밀꽃 필 무렵』의 첫 구절은 대입을 앞둔 한 수험생의 긴장의 끈을 순간 뚝-하고 끊어 놓는 느낌이었다.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터의 모습은 그저 장사가 영 시원치 않은 여름날의 한 장날의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내 고향에는 전국으로 유명한 장이 섰는데,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매5일,,10일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곤 하였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그 시장 한복판을 가로질러 가야만 했는데, 아침 등굣길에 벌써 슬슬 기미가 보인다 싶으면 그날은 어김없이 오일장이 서는 날이었다. 학교가 파하고 집에 돌아갈 때에는 내가 걷고 있는 건지, 사람에 떠밀려 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앞으로 조금씩 나아갈 뿐이었는데, 가뜩이나 키가 작았던 나는 –내 고향말로- 어른들 허리 윗께를 보며 그저 앞으로 가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소설 속 장터의 모습은 내가 경험했던 그 장터와는 매우 다른 풍경이었음에도 나는 첫 구절에서부터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마음이 허물어졌다.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졌지만, 그 첫 구절이 유난히도 마음에 박혔던 것은, 아마도 ‘해는 중천이지만 장판은 벌써 쓸쓸’했던 그 장면이 마치 대입을 앞둔 내 모습 같아서였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고작 3학년 시작 언저리에서 마음과 열정이 소진되어 버린 듯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대입 준비를 위해 시작했던 책의 첫 구절에서 나는 이효석을 처음 만났다. 그때는 글의 주제니, 갈래니, 전지적 작가 시점이니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때였으므로 사실 온전히 글에 빠져들지는 못했다. 글 속에서 뿌여니 풍겨오는 메밀꽃 냄새를 맡기 보다는 그저 읽고 외우고, 5지선다 문제의 답을 고르는 ‘더운 햇발이 벌여 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 그런 일상의 반복일 뿐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바쁘게 살면서 메밀꽃 향이 잊혀져 갔다. 되돌아보니 태엽 바퀴 맞물려 돌아가듯이 쉼 없이 달려왔던 것 같다. 고3 언저리의 그때처럼 말이다. 이효석의 작품을 처음 만났던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나는 몇 번이고 다시 『메밀꽃 필 무렵』을 찾아 읽었다.그리고 매번 다른 이효석을 만났다. 고3의 내가 쓸쓸한 장판과 휘장에 유독 눈이 시렸던 것처럼, 지금의 나는 또 다른 메밀꽃 핀 달밤의 산길을 만난다. 『메밀꽃 필 무렵』은 장이 파하고 어스름한 저녁, 주인공 허생원이 동료들과 함께 대화장터로 가는 길을 배경으로 한다. 허생원은 평생 장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장돌뱅이이다. 못난 얼굴과 소심한 성격, 마음이 다 드러나는 솔직한 낯이 그를 낯설지 않게 했다. 그는 인생에서 딱 한번 처녀를 만나 하룻밤을 지냈던 추억이 있는데, 조선달이 이 이야기를 몇 번이고 들은 것으로 보아, 그 추억이 허생원의 삶에 원동력이었던 것 같았다. 장터를 돌며 평생을 살던 허생원은 늙고 지쳤지만 생업을 그만두지도 못하는 힘든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러한 삶조차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가 달빛이 비추는 메밀꽃과 졸졸 흐르는 개울이 있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옛 추억을 되새기며 밤길을 걷는 정경 역시 고단한 장돌뱅이의 삶과는 무관해 보인다. 소박하게 아름다운 봉평의 산길에서 들려오는 한 장돌뱅이의 옛이야기는 따뜻하고 정감 있다. 문학관을 보고 나오는데, 날은 맑은데 예고되지 않은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아주 짧은 시간, 아이는 유모차에 잠들어 있었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그 길에서 그동안 마음속으로 무수히도 많이 상상했던 하얀 메밀꽃밭을 바라보았다. 문득 책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내 걸음도 허생원의 걸음처럼 해까워졌다. 멀리서 나귀의 방울 소리가 벌판에 청청하게 울리는 듯했다. 오늘 밤은 달이 얼마나 기울까. 아, 이제야 알겠다. 왜 메밀꽃은 흐드러지게 피는지. “오래간만에 메밀꽃이 피는 그곳에 가 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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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하반기)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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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 2020-12-15 | ||||||||||||||||||||||||||||||||||||||||||||||||||||||||||||||||||||||||||||||||||||||||||||||||||||||||||||||||||||||||
2020년 이효석 작품 독후감 대회(하반기) 심사평 코로나-19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가 엉망이 되었다. 늘 만나 정을 나누던 사람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 마스크가 내 몸이 된 지 오래다. 기약 없는 싸움을 하는 듯한 요즘, 문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한다. 꿈꿀 수 없는 것을 꿈꾸는 것, 갈 수 없는 곳을 가는 것,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는 것. 문학 안에서는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학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 중의 하나가 지난 시대의 작품을 다시 읽는 일이다. 그 시대의 문제를 지금 되돌아보는 것, 그리고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는 것. 코로나-19가 창궐해서 우리의 상식적 삶을 위협하는 시대에 우리가 할 일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100여 편의 독후감을 읽으면서 이효석의 작품을 다시 읽는 일도 그런 일이라는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과반에 가까운 독자가 현 시점의 고민과 갈등을 작품을 읽는 과정에 투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곧 이효석의 작품이 현재에도 의미가 크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이 이효석 문학의 근간이 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희 씨의 ‘왜 메밀꽃은 흐드러지게 피는지’는 한 편의 아름다운 산문을 읽는 듯한 기쁨을 주었다. ‘메밀꽃 필 무렵’을 문제 풀이의 대상으로 처음 만난 학창 시절부터 결혼을 하고 아이와 함께 소설 속 장면을 체험한 최근까지의 감상을 담은 우수한 글이었다. 한 편의 작품이 오랜 시간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작품이 어떻게 세대를 이어 전승되는지 감각적인 문장을 통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수상을 수상한 강서영 씨의 ‘자연에 스며듦을 지향하며, 이효석의 「산」을 읽고’는 작품의 배경이자 표제인 ‘산’의 의미를 주인공 ‘중실’의 자연 인식을 중심으로 분석한 글이다. 작품을 꼼꼼하게 읽고 연관된 의미를 찾아내었으며, 현 시대인의 자연 인식을 되돌아 보게 하는 글이었다. 또 우수상을 수상한 이진목 씨의 ‘희망과 변화 그리고 계절-「계절」을 읽고서’는 작품 속 인물의 갈등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한 글이었다. 특히 등장 인물 중 여성이 가지는 시대적 인식에 대해 주목하면서 인물의 행위와 가치 판단의 양상을 세심하게 찾아내어 작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의 글이 나름의 경험과 가치관을 담고 있어 우수한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메밀꽃 필 무렵」과 「산」, 「도시와 유령」 등 대표작 몇 편에 대한 감상문이 대부분이라는 점이었다. 간혹 「약령기」와 같은 작품을 대상으로 한 글이 있었는데, 이효석의 작품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좀 더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어린 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다들 열심히 읽고 썼으니 합당한 대접을 해야 함에도 상위권으로 뽑지 못했다. 좀 더 읽고 생각해보면 더 좋겠다는 심사위원의 바람이 담겼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다만, 학생들의 학년을 감안하여 우수한 글은 가작으로 뽑았다. 코로나-19는 이효석문학관에도 영향을 미쳐 계획했던 많은 일들이 취소되었다. 언젠가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문학관을 찾는 가족의 풍경을 볼 수 있겠지만, 그날이 요원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우리는 늘 어려움을 잘 이겨왔다. 다가오는 2021년에는 좀 더 풍성한 일로 많은 분들을 초대하는 이효석문학관을 기대해본다. 심사위원 문학평론가 김정남(가톨릭관동대 국어교육과 교수, 소설가) 시인 김남극(이효석문학선양회 선양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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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하반기)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입상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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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 2020-12-15 | ||||||||||||||||||||||||||||||||||||||||||||||||||||||||||||||||||||||||||||||||||||||||||||||||||||||||||||||||||||||||
2020년 이효석 작품 독후감 대회(하반기) 입상자 명단
사)이효석문학선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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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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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산 | 2019-06-30 | ||||||||||||||||||||||||||||||||||||||||||||||||||||||||||||||||||||||||||||||||||||||||||||||||||||||||||||||||||||||||
2019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대학부 응모작품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나는 중학교 때 읽었던 메밀꽃 필 무렵을 다시 한 번 읽으며 희미한 기억 속으로 빠져 들고 말았다. 이효석의 단편소설로 우리에게 알려진 메밀꽃 필 무렵은 강원도 평창일대를 소설의 장소로 삼아 소설을 읽는 동안 마치 한 장의 아름다운 풍경을 연상시키는 서정적인 느낌을 음미하게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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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작품 독후감 대회 응모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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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원 | 2019-06-30 | ||||||||||||||||||||||||||||||||||||||||||||||||||||||||||||||||||||||||||||||||||||||||||||||||||||||||||||||||||||||||
2019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대학부 응모작품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내가 책속의 길에서 만나 허생원의 직업은 장돌뱅이로 장이 서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떠돌이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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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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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진 | 2019-06-30 | ||||||||||||||||||||||||||||||||||||||||||||||||||||||||||||||||||||||||||||||||||||||||||||||||||||||||||||||||||||||||
2019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고등부 응모작품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내가 이번에 읽은 메밀꽃 필 무렵은 강원도 봉평을 장소적인 무대로 활용하고 있는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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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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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 2019-06-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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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작품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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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빈 | 2019-06-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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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메일꽃 필 무렵> 독서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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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빈 | 2019-06-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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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참가신청서 및 작품 파일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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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2019-06-27 | ||||||||||||||||||||||||||||||||||||||||||||||||||||||||||||||||||||||||||||||||||||||||||||||||||||||||||||||||||||||||
안녕하세요. 이효석 문학선양회입니다. 홈페이지 접수를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어 개선하려 합니다.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와 온라인효석백일장 접수를 봄날 이메일접수와 함께 홈페이지에서도 올리실 수 있는데요. 현재 홈페이지 접수는 참가신청서 및 작품 파일을 올리시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접수와 동시에 홈페이지내에서 삭제해 드리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수정전까지 번거로우시더라도 작품파일과 참가신청서는 봄날 이메일 (bomnal2323@hanmail.net) 로 신청해주시고, 작품은 집적 작성하여 올려주셔도 됩니다. 이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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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의 하얀 반짝임을 가슴에 품다./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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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옥 | 2019-06-25 | ||||||||||||||||||||||||||||||||||||||||||||||||||||||||||||||||||||||||||||||||||||||||||||||||||||||||||||||||||||||||
식구들이 바쁜 아침을 몰고 나가고 한 숨 돌린 후, 으레 그랬던 것처럼 청소를 시작했다. 식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고, 전원을 눌러 세탁기를 깨워 빨래를 돌리고, 안방에서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 널브러진 것들의 자리를 찾아주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한 권의 책, 책의 겉표지에 잔잔한 하얀 꽃들이 흩뿌려져 있는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반짝였다. ‘메밀꽃 필 무렵’ 제목이 주는 아릿한 어감은 나를 그 자리에 머물게 했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지나온 삶의 한 부분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해주었다. 이 책은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20대에 등단한 후 순수문학을 추구하며 왕성한 집필을 하다가 35세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단발머리 깡충이며 아무 걱정 없던 그 때. 처음 이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는 작가와 제목을 기억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야기의 결말이 딱히 드러나지 않아 친구들과 동이가 허생원의 아들이라는 결론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리고 이효석 하면 ‘메밀꽃 필 무렵’으로 암기함으로써 만족한 시험점수를 얻는 것으로. 그러다가 다시 마주하게 되었을 때는 적잖은 놀라움을 갖게 했다. 우선 책의 겉표지에 그려진 달빛을 머금어 반짝반짝 빛나던 하얀 메밀꽃은 딱딱한 검은 활자에 숨결을 불어넣어 주었고, 허생원의 우연한 성씨네 처녀와의 만남과 동이의 필연적인 만남은 아릿함으로 가슴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강산에 세 번은 더 바뀌었을 만큼의 세월이 흐른 후에 아이의 책상에서 마주한 이 이야기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마치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을 되찾은 것처럼. 얼금뱅이에 왼손잡이로 온간 피륙을 파는 서생원은 조선달과 함께 더운 여름 햇살로 일찍 마감된 장을 떠나 다음 날 장이 서는 진부나 대화로 향한다. 두 곳 모두 밤을 새며 육칠십 리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한 잔 걸치기 위해 소문난 충주잽으로 갔고 그곳에서 충주집과 농탕질을 하는 동이를 만났다. 허생원은 동이에게 호된 꾸지람으로. 그러면서도 대꾸 없이 나가는 동이의 뒷모습에서는 측은함도 느낀다. 곧이어 허생원의 당나귀가 난리를 친다며 들어 닥친 동이의 순수함에 마음이 동하기도 한다. 평생을 장돌뱅이로 살아온 허생원의 삶에 마음이 아릿해져온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도 없어 먹고 살기 위해 떠도는 모습은 지금의 내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얼굴이 얼금뱅이로 마음을 주고받을 여자는 꿈도 꾸지 못했으니. 또 왼손잡이로 힘도 제대로 쓸 수 없어 무엇 하나 내세울 수 없는. 젊은 시절 한 때는 알뜰하게 돈을 모으기도 했었지만 읍내에 백중이 열리던 해 호탕스럽게 놀고 투전을 하며 사흘 동안 다 털고 나귀까지 팔아야 되자 몰래 도망쳐 빚을 안고 장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뼈아픈 경험으로 동이를 보자마자 역정을 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재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책망하고 있는지도. 이 또한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삼ㄹ의 굴곡이라는 생각이다. 호기어린 젊음으로 뒷일은 생각지 낳고 눈앞에 보이는 욕망을 쫓고 그로 인해 한 순간에 바뀌어버린 날을 버티어내느라 기를 쓰는, 그러다보면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된다.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을 미리 내다보지도 말고 그저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에 위안을 삼는 것은 그동안의 삶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허생원, 동이 조선달. 세 사람이 밤길을 거닐며 대화장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허생원은 젊은 시절 단 한 번, 괴이한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물레방앗간에서 우연히 만난 성서방네 처녀. 봉평에서 제일가는 일색이던 그미는 기울어져가는 집안사정으로 어디든 시집 가야하는 자신의 처지에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에 허생원의 이야기가 더해져 둘은 같은 밤을 보냈다. 다음 날, 허생원은 제천장으로 줄행랑을 쳤고 그 후로 반평생 동안 장을 돌 때마다 봉평을 꼭 들리는 것은 집안까지 자취를 감추어버린 그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평생 단 한 번의 사랑, 하룻밤의 사랑은 자신의 처지로서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반면 허생원에게는 삶의 보람으로 자리 잡을 만큼 특별함이었으리라. 이루어질 수 없기에 애틋한, 잊을 수 없어 그 자리를 서성거리는 발걸음에 다시 또 마음이 아릿해진다. 아마도 허생원은 가슴에 품은 사랑과 더불어 지금까지 버티어왔고 앞으로도 봉평장을 들리는 것으로. 한 곳에 정착하기 보다는 장돌뱅이의 삶으로 살아갈 것이다. 언젠가는 한 번쯤은 그미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바람으로. 또 한 가지. 허생원의 단 한 번의 사랑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작가의 잔잔하면서도 부드러운.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 채색이 묻어나는 필체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그래서 마치 나도 세 사람의 뒤를 따라 메밀밭 길을 걷는 것 같은 향긋함을 맛볼 수 있었다. 제천촌에서 달도 차지 않은 아이를 낳고 집에서 쫓겨나 의부를 얻어 술장사를 시작했는데 술고래에 망나니인 의부로부터 무차별 폭력에 시달리다 열여덟 살에 집에서 나와 장돌뱅이 생활을 하고 있는 동이. 허생원은 동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저릿함으로 와닿음을 느낀다. 어머니의 고향이 원래 봉평이라는 것. 의부와도 갈라져 혼자 제천에 있다는 것. 원래부터 없었던 아버지를 한 번 만나고 싶어 한다는 어머니가 바로 성서방네 처녀라는 생각은 동이가 왼손잡이라는 사실에 믿음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설렌다. 하룻밤의 사랑으로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그미를 마주하게 되면 더 이상 아무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저 등을 다독여주는 것으로 지난한 시간을 버티어낸 감사함으로.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며 술장사를 하고 오히려 짐이 되어버린 망나니 의부, 그미 역시 하룻밤의 사랑을 가슴에 품은 채 동이를 의지하며 살아왔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릿해진다. 그래서 메밀꽃. 흐뭇한 달빛으로 소금을 뿌린 듯 하얗게 바삭거리는 매밀 꽃은 아릿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언젠가 찾았던 봉평, 시외버스 중간 역에서 마주한 봉평은 흐드러지게 피어난 메밀꽃으로 마음을 반짝이게 했다. 아이들이 잔망스러운 발걸음은 메밀꽃을 스칠 때마다 웃음을 톡톡 튀어 오르게 했고 아스라한 끝으로부터 전해져오는 하얀 너울은 그리움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반평생을 보낸 후에야 아들 동이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가슴에 품고 있던 간절함이 이루어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도 실감나게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얄팍한 지식으로 아는 척 하고 때로는 내 기준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저울질하며 가끔씩은 남보다는 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거침없었던 행동들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조차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심히 산다는 것과 잘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절감하며 툭하면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하면서 어느새 나는 세상에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들을 버티어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누가 건들기라도 하면 날카롭게 덤벼들 기세였다. 그러다 보니 몸이 지치고 마음도 따라 지쳐 살아가야하는 의미조차 갖지 못했었다. 그런 나에게 작가는 누구나 가슴 속에 간절함을 품고 살아가고 있으며 얼마간 부족한 것이 행복의 필수조건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물질적인 것 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세월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그 누구도 늙어가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니 지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서 웅크리고 있는 것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족함 속에서 넉넉함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남아있는 내 삶은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며 오로지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다. 봉평에 가야겠다. 이번에는 흐뭇한 달빛으로 소금을 뿌린 듯 반짝이는 메밀꽃을 마주하며 한 숨 쉬어가는 시간이 되기를. 그동안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아릿함을 비워내고 그 자리에 넉넉함으로 채울 수 있기룰. 메밀꽃의 하얀 반짝임을 가슴에 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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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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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선 | 2019-06-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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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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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 | 2019-06-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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