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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이효석 선생의 작품세계로 함께 떠나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5 메밀꽃의 하얀 반짝임을 가슴에 품다./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 정순옥
  • 2019-06-25
정순옥 2019-06-25

식구들이 바쁜 아침을 몰고 나가고 한 숨 돌린 후, 으레 그랬던 것처럼 청소를 시작했다. 식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고, 전원을 눌러 세탁기를 깨워 빨래를 돌리고, 안방에서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 널브러진 것들의 자리를 찾아주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한 권의 책, 책의 겉표지에 잔잔한 하얀 꽃들이 흩뿌려져 있는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반짝였다.

메밀꽃 필 무렵제목이 주는 아릿한 어감은 나를 그 자리에 머물게 했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지나온 삶의 한 부분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해주었다.

이 책은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20대에 등단한 후 순수문학을 추구하며 왕성한 집필을 하다가 35세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단발머리 깡충이며 아무 걱정 없던 그 때. 처음 이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는 작가와 제목을 기억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야기의 결말이 딱히 드러나지 않아 친구들과 동이가 허생원의 아들이라는 결론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리고 이효석 하면 메밀꽃 필 무렵으로 암기함으로써 만족한 시험점수를 얻는 것으로. 그러다가 다시 마주하게 되었을 때는 적잖은 놀라움을 갖게 했다. 우선 책의 겉표지에 그려진 달빛을 머금어 반짝반짝 빛나던 하얀 메밀꽃은 딱딱한 검은 활자에 숨결을 불어넣어 주었고, 허생원의 우연한 성씨네 처녀와의 만남과 동이의 필연적인 만남은 아릿함으로 가슴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강산에 세 번은 더 바뀌었을 만큼의 세월이 흐른 후에 아이의 책상에서 마주한 이 이야기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마치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을 되찾은 것처럼.

얼금뱅이에 왼손잡이로 온간 피륙을 파는 서생원은 조선달과 함께 더운 여름 햇살로 일찍 마감된 장을 떠나 다음 날 장이 서는 진부나 대화로 향한다. 두 곳 모두 밤을 새며 육칠십 리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한 잔 걸치기 위해 소문난 충주잽으로 갔고 그곳에서 충주집과 농탕질을 하는 동이를 만났다. 허생원은 동이에게 호된 꾸지람으로. 그러면서도 대꾸 없이 나가는 동이의 뒷모습에서는 측은함도 느낀다. 곧이어 허생원의 당나귀가 난리를 친다며 들어 닥친 동이의 순수함에 마음이 동하기도 한다.

평생을 장돌뱅이로 살아온 허생원의 삶에 마음이 아릿해져온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도 없어 먹고 살기 위해 떠도는 모습은 지금의 내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얼굴이 얼금뱅이로 마음을 주고받을 여자는 꿈도 꾸지 못했으니. 또 왼손잡이로 힘도 제대로 쓸 수 없어 무엇 하나 내세울 수 없는.

젊은 시절 한 때는 알뜰하게 돈을 모으기도 했었지만 읍내에 백중이 열리던 해 호탕스럽게 놀고 투전을 하며 사흘 동안 다 털고 나귀까지 팔아야 되자 몰래 도망쳐 빚을 안고 장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뼈아픈 경험으로 동이를 보자마자 역정을 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재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책망하고 있는지도.

이 또한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삼의 굴곡이라는 생각이다. 호기어린 젊음으로 뒷일은 생각지 낳고 눈앞에 보이는 욕망을 쫓고 그로 인해 한 순간에 바뀌어버린 날을 버티어내느라 기를 쓰는, 그러다보면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된다.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을 미리 내다보지도 말고 그저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에 위안을 삼는 것은 그동안의 삶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허생원, 동이 조선달. 세 사람이 밤길을 거닐며 대화장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허생원은 젊은 시절 단 한 번, 괴이한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물레방앗간에서 우연히 만난 성서방네 처녀. 봉평에서 제일가는 일색이던 그미는 기울어져가는 집안사정으로 어디든 시집 가야하는 자신의 처지에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에 허생원의 이야기가 더해져 둘은 같은 밤을 보냈다. 다음 날, 허생원은 제천장으로 줄행랑을 쳤고 그 후로 반평생 동안 장을 돌 때마다 봉평을 꼭 들리는 것은 집안까지 자취를 감추어버린 그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평생 단 한 번의 사랑, 하룻밤의 사랑은 자신의 처지로서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반면 허생원에게는 삶의 보람으로 자리 잡을 만큼 특별함이었으리라. 이루어질 수 없기에 애틋한, 잊을 수 없어 그 자리를 서성거리는 발걸음에 다시 또 마음이 아릿해진다. 아마도 허생원은 가슴에 품은 사랑과 더불어 지금까지 버티어왔고 앞으로도 봉평장을 들리는 것으로. 한 곳에 정착하기 보다는 장돌뱅이의 삶으로 살아갈 것이다. 언젠가는 한 번쯤은 그미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바람으로.

또 한 가지. 허생원의 단 한 번의 사랑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작가의 잔잔하면서도 부드러운.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 채색이 묻어나는 필체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그래서 마치 나도 세 사람의 뒤를 따라 메밀밭 길을 걷는 것 같은 향긋함을 맛볼 수 있었다.

제천촌에서 달도 차지 않은 아이를 낳고 집에서 쫓겨나 의부를 얻어 술장사를 시작했는데 술고래에 망나니인 의부로부터 무차별 폭력에 시달리다 열여덟 살에 집에서 나와 장돌뱅이 생활을 하고 있는 동이. 허생원은 동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저릿함으로 와닿음을 느낀다. 어머니의 고향이 원래 봉평이라는 것. 의부와도 갈라져 혼자 제천에 있다는 것. 원래부터 없었던 아버지를 한 번 만나고 싶어 한다는 어머니가 바로 성서방네 처녀라는 생각은 동이가 왼손잡이라는 사실에 믿음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설렌다. 하룻밤의 사랑으로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그미를 마주하게 되면 더 이상 아무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저 등을 다독여주는 것으로 지난한 시간을 버티어낸 감사함으로.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며 술장사를 하고 오히려 짐이 되어버린 망나니 의부, 그미 역시 하룻밤의 사랑을 가슴에 품은 채 동이를 의지하며 살아왔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릿해진다. 그래서 메밀꽃. 흐뭇한 달빛으로 소금을 뿌린 듯 하얗게 바삭거리는 매밀 꽃은 아릿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언젠가 찾았던 봉평, 시외버스 중간 역에서 마주한 봉평은 흐드러지게 피어난 메밀꽃으로 마음을 반짝이게 했다. 아이들이 잔망스러운 발걸음은 메밀꽃을 스칠 때마다 웃음을 톡톡 튀어 오르게 했고 아스라한 끝으로부터 전해져오는 하얀 너울은 그리움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반평생을 보낸 후에야 아들 동이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가슴에 품고 있던 간절함이 이루어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도 실감나게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얄팍한 지식으로 아는 척 하고 때로는 내 기준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저울질하며 가끔씩은 남보다는 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거침없었던 행동들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조차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심히 산다는 것과 잘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절감하며 툭하면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하면서 어느새 나는 세상에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들을 버티어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누가 건들기라도 하면 날카롭게 덤벼들 기세였다. 그러다 보니 몸이 지치고 마음도 따라 지쳐 살아가야하는 의미조차 갖지 못했었다. 그런 나에게 작가는 누구나 가슴 속에 간절함을 품고 살아가고 있으며 얼마간 부족한 것이 행복의 필수조건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물질적인 것 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세월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그 누구도 늙어가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니 지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서 웅크리고 있는 것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족함 속에서 넉넉함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남아있는 내 삶은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며 오로지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다.

봉평에 가야겠다. 이번에는 흐뭇한 달빛으로 소금을 뿌린 듯 반짝이는 메밀꽃을 마주하며 한 숨 쉬어가는 시간이 되기를. 그동안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아릿함을 비워내고 그 자리에 넉넉함으로 채울 수 있기룰. 메밀꽃의 하얀 반짝임을 가슴에 품고.......

 

 

 


4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응모
  • 홍재선
  • 2019-06-25
홍재선 2019-06-25

이효석의 도시와 유령이라는 책을 읽고 쓴 독후감입니다.


3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응모
  • 박기원
  • 2019-06-24
박기원 2019-06-24
2 이효석 작품 독후감 응모
  • 이호준
  • 2019-05-20
이호준 2019-05-20

 

 

1 2019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안내(하반기)-12월 28일까지 접수
  • 관리자
  • 2019-04-04
관리자 2019-04-04

2019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 요강(하반기)

가산 이효석 선생님의 고귀한 문학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이효석문학선양회에서는 이효석 작품 독후감대회를 열어 많은 분들과 이효석 선생 작품의 아름다움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1. 참가 대상

 - 누구나 (나이, 학력 제한 없이 참가 가능)


2. 대상 작품

- 이효석 선생이 쓰신 작품이면 모두 가능함.


3. 응모 기간

- 71~ 12월 28


4. 응모 방법

- 이메일로 접수하기: 이메일 주소( bomnal2323@hanmail.net )로 보내기


5. 문의

()이효석문학선양회(335-2323)


6. 시상

시상내역

- 최우수(1): 상품 20만원, 기념품,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 우수 (2): 상품 10만원, 기념품,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 장려 (3): 상품 5만원, 기념품, ()이효석문학선양회이사장상

심사위원: 본회 임원과 외부 문인을 위촉함.

시상 방법: 시상한 분의 주소지로 상장과 상품 우송

입상자 발표: 2020년 110,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재


7. 기타

- 독후감 응모 시 성명, 주소, 연락처를 꼭 기재하시기 바랍니다.(차후 시상에 꼭 필요합니다.)

- 제출하신 독후감이 표절이나 대필로 밝혀질 경우 입상을 취소합니다.

- 응모한 독후감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 입상작은 차후 효석백일장 수상 작품집에 수록할 수 있습니다.


    (사) 이효석문학선양회학선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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